공간 잡담


 우리는 저 밤하늘 너머에 있는 것을 우주라고 부릅니다. 우주라는 말은 큰 덮개, 커다란 지붕을 뜯하는 한자어가 그 어원이라고 합니다. 오래전의 중국인들은 밤하늘을 보면서 저것이 큰 덮개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영어에서는 우주를 universe, cosmos 라고 부릅니다. 지구를 중심으로한 거대한 질서있는 공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에서는 우주를 space 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공간, 공백' 이란 단어와 같습니다.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아마 우주는 커다란 공간이라고 생각되어져 왔던 듯 합니다. 저 광할한 하늘을 바라보면 그것을 '공간' 이라 이름지음은 굉장히 타당해 보입니다. 현대에 와서 인류는 수만 km 가 넘는 거리를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우주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인간에게 우주는 너무 넓어서 그저 거대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와닫기는 합니다.

 아마도 과거의 인류는 저 먼 우주도 우리가 팔을 휘저을 수 있는 공간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거대하고 먼 곳이지만 내가 팔을 걸어다니는 공간이 끝없이 펼쳐진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죠. 우리 옆의 공간은 사실 기체로 가득차 있습니다. 공기로 가득차 있죠. 당신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서 그 성분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어가 볼까요. 기체라는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자들은 우리가 잘 아는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이 원자들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죠. 그러고보면 이 원자라는 것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차지하는 '공간' 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공간이죠. 그리고 그 외의 부분은 그야말로 '공간' 입니다. 비어있죠.

 기체라는 물질뿐이 아닙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우리가 만지고 들고 던질 수 있는 고체, 액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물질은 사실은 상당 부분의 '공간' 을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구성하는 분자들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안에는 빈공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 많은 빈공간들과 원자핵과 전자들이 모이고 모이고 모인 것이 우리 몸이죠.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가 비어있다고 생각하는 공간들은 사실은 기체로 채워져 있고, 우리가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는 물체들은 사실은 비어있습니다. 보는 관점의 크기에 따라서 무엇이 채워져있고, 무엇이 비어있냐는 바뀔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이것은 그럼에도 비약입니다. 결국 m 단위의 물리계에서 생활하는 고체형태의 인간에게 공간은 공간이고 물질은 물질이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실들이 이와 같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결코 당신이 느끼는 세상을 느껴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생각하고 이해하고를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을 느끼지는 못해도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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